눈 앞에 펜이 떨어졌다 .
떨어진 펜을 보니 잊고 지냈던 어쩌면 잊고 싶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.
쾌쾌한 냄새가 공간을 나누는 것처럼
한 사람이 불쾌함과 함께 내 공간을 침범했다 .
예상했던 것처럼 손을 불쑥 내밀었다 .
주머니 깊숙이에 있던 차가운 동전 몇 개가 동정의 양인 듯 꺼낼려던 참에
펜을 하나만 빌려 달라신다 .
호기심과 함께 펜을 빌려 드렸더니 누런 종이에 무엇인가
끄적끄적 적으신다 .
한 참을 뜸을 들이시다 용기가 나셨는지 종이를 내게 건넸다 .
그러시곤 한 번만 읽어달라고 죄를 지은 마냥 부탁하신다 .
- 이 종이가 무슨 잘못이였을까 ?
세상에 나왔을 때 와는 다르게 비틀어지고 색이 바랬다 .
허나 그런 종이 일지라도 덤덤히 글자를 담아냈다 .
부끄러운 왼손안에 있던 차가운 동전이 결코 담을수 없는
이름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.
그는 굶주린 배를 채울 동전 보다 자신의 존재를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?
난 다시 목소리를 냈다 .
“ 안녕하세요 홈리스의 자립을 위한 희망의 잡지 빅이슈입니다 ”
허나 현실은 뭔가 그저 그렇다 . 내 상상에 못 미쳐서 그런 것인가 ?
힘내라며 음료수를 건네는 천사 같은 독자도 없었고
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보단 그저 피곤하고
목소리가 주변 소음에 묻혀서 아무 의미 없어보였다 .
내가 꿈꾸는 세상은 텍스트로만 가능한 것 일까 ?
괜히 허무해진다 .
근데 빅판 선생님은 왜 이렇게 열심히 판매하시는 걸까?
다소 건방지지만 궁금 한건 못 참는 걸 핑계 삼아 여쭤봤다 .
노숙인이 된다는 건 집만 없는게 아니라 모든게 단절됨을 의미한다 하셨다 .
자기 이름 하나 불러줄 사람 없는 서울이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것임을
나지막하게 내게 고백하셨다 .
그래서 그런지 수 많은 사람 앞에서 판매원 선생님의 외침은
영화 속 재난 현장에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주인공 같았다 .
역시 조연은 주인공에게 감화되어야 스토리가 이어지기 마련 일터 !
그후로 난 그 순간을 즐겼던 것 같다 그 순간 속에 혼자가 아님을 음미하며 .
앞으로도 수 많은 삶의 재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너져 갈 듯 싶다.
그럴 땐 가끔 이어폰을 내려놓고 작은 영웅들의 외침을 한번 들어보는 것
또한 삶이 주는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.
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빅이슈는 아마 우리에게 익숙한 검정색 펜은 아닐 것이다 .
허나 누군가의 존재를 잊혀지지 않게 적어가는 아름다운 색의 펜이기엔 틀림이 없을 것이다 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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